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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3]명품집착증 향한 까칠한 냉소폭탄


허구적 포만감 명품소비 사회에 일침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영화 '섹스 앤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는 명품구두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슈어 홀릭'으로 옷장가득 명품구두를 쌓아놓았지만 정작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방세 낼 돈이 없어 황당해한다.

가수 쥬얼리의 서인영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신상'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명품구두들은 '내 아가들'이라고 부른다. 비가 오는 날에는 구두가 젖을까 밖에 나가지도 않고 파트너 크라운J가 실수로 비오는 날 여행을 준비하자 온갖 짜증을 다 부린다.

일반인들도 이렇게 '명품에 목을 매는 사치의 화신'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라다, 구찌, 샤넬, 크리스찬 르부탱, 마놀로 블라닉 등 한달 월급에 맞먹는 명품을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욕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이고 예술에 비견할 아름다운 상품들로 치장을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몰개성적으로 명품만을 추종하는 모습은 오히려 추하기만하다. 이런 풍조를 해학적으로 비판하는 '노블레스 칠드런'전이 아이러니하게도 명품의 메카인 청담동에서 열린다.

'노블레스 칠드런'시리즈는 캐릭터화된 어린 아이들이 루이비통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명품 소지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 프라다, 페라가모 가방과 명품 구두를 놓고 보물찾기를 하는 모습, 루이비통 가방을 병에 놓고 술을 담는 모습 등을 통해 명품 선호적인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파야의 사진 속에 연출된 다양한 이미지에는 이 시대가 낳은 현실의 모순적 가치관이자 허무한 인간의 욕망을 꼬집는 작가만의 해학적 코드가 숨어있다.

파야의 작품 속 아이들은 자그마한 팔에 온갖 명품시계를 휘감고 바다에서 보트를 타고 노닌다. 이 아이들은 어린이답지 않게 씨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세상을 비웃는 듯하다.

루이비통의 로고를 배경에 새기고 심지어 잘려진 사과속에서도 루이비통 특유의 무늬를 볼 수 있다. 명품에 둘러쌓인 소녀들은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듯 의욕없이 늘어져 있다.

또 파야의 작품속 노블레스 칠드런들은 명품 뿐 아니라 명화까지도 통렬하게 비웃는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앞에서 어린이가 사탕을 들고 포즈를 취하자 그림 속 주인공은 먹고 싶어서 침을 주르륵 흘린다.

한편 고흐의 유명한 그림 '화가의 방'에 있는 나무의자에는 버버리 백이 걸리게 되고 루이비통의 밸트가 바닥을 장식한다.

작가는 대중매체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이용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대상을 연출하거나 결정적 장면을 찾아내 자신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게 한다.

파야는 모든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혼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디지털 이미지로 배경을 표현하고 획일화된 표정을 스케치함으로써 아날로그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작가는 "명품의 개념을 모르는 작품 속 아이들은 명품브랜드의 선구자인 구찌, 페라가모, 루이비통 등의 시계나 핸드백을 착용하고 있다"며 "캐릭터화 된 아이들의 얼굴표정은 감격과 동시에 공허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명품을 가지고 싶어하고 명품이 마치 자기 자신을 귀족으로 만드는 척도 인 것처럼 생각한다"며 "하나의 증명카드인 것처럼 모두의 겉치레를 똑같이 조장하고 본모습을 과장한다"고 지적했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과장된 모습 속에서 허구적인 포만감을 느끼며 그로인해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초상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명품 소비 사회에 일침을 놓았다.

 

# by Nyrvana | 2008/08/24 19:23 | 2008 Augus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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